까리따스소식
  • 작성자 :웹지기  조회 : 91    
  • 201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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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년 만에 돌아온 필리핀에서 가장 먼저 생각난 이름. 낸시(가명)는 제가 처음 이곳에 한 달간 영어를 배우러 왔을 때 만난 친구입니다. 당시 저와 동료 수사들은 영어를 배우는 것 외에 3, 4일 정도 마닐라의 가난한 곳을 방문하여 한 사람씩 지역 가정에 머무는 체험을 했는데 그때 제가 방문했던 집이 바로 낸시네 집이었습니다....집이 바닷가에 지어진 건물 지하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밀물 때면 물이 들어차서 집안에서도 장화를 신고 있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 찝찝함과 습함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것이었습니다.....그들의 삶은 매일 밀물에 잠길 때마다 물을 퍼내야만 했던 그 때의 일과처럼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어떤 변화를 기대했던 제가 허무맹랑했던 것인지 기도 안에서 예수님께 여쭈어보게 됨과 동시에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예수님이라면 이 정도의 희망과 바람은 들어줄 수 있지 않으셨을까?’ ‘혹시 좀 더 진지하게 기도를 바쳤어야 했던 것일까?’ ‘이런 나는 낸시를 돕기 위해 실제로 무엇을 했나?’......생각해보면 우리는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줄 만한 능력이 많지 않은 미소한 이들입니다. 다만 그들의 희망 곁에 하느님께 의지하는 우리의 희망을 함께 둘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낸시는 저에게 있어서 추상적 개념인 ‘보편적 사도직 선택’을 살아 있게끔 해주는 친구입니다. 낸시는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이며,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이기도 하고,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그 친구가 지닌 희망의 ‘여정에 함께 하고’, ‘함께 걸을 수 있을지’, 생각하고, 고민해보고, 예수님께 여쭙게 됩니다. 함께 걷는 이 여정이 그저 우리가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냉소로 귀결되지 않고, 예수님께서 함께 이 길을 걷고 계시다는 희망의 불씨를 가져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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